마지막 글을 쓴 지 상당한 공백이 있었다.

11월에는 유튜브를 곧 시작하겠다면서 십여 개의 영상을 구상해뒀는데, 일단 찍고 보고 나중에 내용을 잘 기획해서 편집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액션캠이 문제였다. 이런저런 설정을 아무리 바꿔봐도 내가 원하는 품질의 영상이 안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쪼끄만 말티즈에 불과한 우리 구름이한테는 카메라가 좀 무거웠다. 그래서, 과감하게 팔아버렸다. 대략 5만원 정도를 날려먹었다. 마눌 미안해.

 

12월에는 찍어논 것들을 편집할 생각으로 편집 기획서들을 몇 개 작성했다. 그리고 보강 촬영도 하고.

원래 유튜브 채널을 두 종류의 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기획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내가 촬영한 실사로 구성을 하고 다른 하난 마누라의 그림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서 번갈아 영상을 업로드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집사람한테 문제가 생겼다.

아내가 전문적인 그림 전공자도 아니고 만화를 그리는 사람도 아니지만, 나름 1000개에 가까운 콘텐츠를 만들어 냈고, 나름 충성도 있는 구독자분들도 수백 갖고 있는, 아주 허당인 분은 아니시다.

그런데, 미디어에 대한 적응력 문제랄까 그런 게 있는 모양이다. 내 생각엔 그렇다. 스마트폰에 그림을그려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과 PC화면에 그림을 그려서 애니 비슷하게 만들어 가는 것에 분명 차이가 있는 거고 시간이 지나면 차차 나아지겠지만, 지금 당장 뭔가 결과를 내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었다.

내가 대충 그려 던져 준 콘티대로 그림을 그려나가야 된다는 것이 오히려 마누라의 창의력에 제한을 거는 모양새다.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하는 새 진짜 큰일이 닥쳤다.

재개발 조합 이주 사무실에서 연말까지 이사를 가란다. 그게 성탄전날 일이었다.

사실 임대 아파트 기다리는 것도 있고 겨울은 지내고 나가라고 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동네 사람들도 겨울나기는 할 것처럼 보였고. 그런데 그게 15일 이후 분위기가 싹 바뀌더니 동네에 우리 집 말곤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부랴부랴 이사할 곳을 알아보고 이사하느라 연말연초가 그냥 가 버렸다.

 

그리하여, 구상할 때의 정서와 맞지 않는 영상들은 다시 타이밍을 재기로 하고 일단 이사 관련한 영상 하나를 만들었다.

주제는 강아지인데, 예쁘고 화사한 셀럽 강아지들 영상같은 그런 영상은 아니다.

 

완전 개판, 개똥밭... 그리고 시지프스처럼 청소를 해야하는 개주인의 일상이 담겼고, 이사가야 하는 불안한 이주민의 심정이 담겼다.

 

영상의 제목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 집이 좋았다"다.

 

https://www.youtube.com/watch?v=a2zmRLSU54g

일단 영상을 링크해 놓고 다음에 제작기를 올려 보련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