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디는 많이 먹고 적게 가는 무거운 자동차 코란도 스포츠다. 3년 2개월 동안 평균 연비가 10이 채 안 된다.

 

2016년 9월에 구입한 코란도 스포츠에는 금디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내가 붙인 이 이름엔 그의 강아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담겨 있다. 그런데 내가 그토록 원했던 빨간차를 못 산 건 너무 한 거 아니냐?

이 차가 이번에 운행거리 4만 킬로미터를 넘기기도 했고, 쌍용으로부터 "겨울맞이 무상 점검 받으시고 안전 운행하시라"는 문자를 받기도 해서 오늘 아내와 쌍용차 강동 정비 사업소에 방문했다.

 

차를 맡기고 사업소 옆 고깃집에서 식사를 하려는데, 담당 기사님이 전화를 한다.

미션 오일과 브레이크 오일, 뒷 브레이크 패드를 교환하거나 교체할 시기가 됐단다. "배고픔"에 의식을 지배받아 아무 생각이 없던 나는 다 알아서 해주세요 하고 통화를 끝내려는데 기사님이 전화를 끊지 않는다.

 

"문자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번 점검 기간 동안에 파워플러스를 반값에 장착해드리는데요"라며 시작된 보조 배터리에 관한 설명이 "한 일년 타시면 본전 뽑겠다 하시며 만족하시는 고객분들이 많으셔서 추천해드립니다"라며 끝난다.

뭐라뭐라 설명은 들었지만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던 나는 '반값', '본전'이라는 경제학 용어에 그만 "네 달아주세요"하고 말았다.

 

밥을 먹고 사업소 휴게실에 올라가는데, 포인트보이의 배너 광고가 보였다. "내 차를 수퍼카로 업그레이드"한다나 어쩐다나 하는 쌈마이 냄새가 확 올라는 내용이었다. 아내에게 "설마, 진짜 저렇게 효과가 있을라고?"하며 웃었지만, 내심 그 광고의 절반만큼의 효과라도 있길 바랬다.

나는 파워플러스 보조 배터리에 30만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하기로 했고, 그 배너는 그 돈이 휴지짝이 되고 말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신뢰감 제로의 느낌적 느낌을 주었으니까.

 

아내 옆에서 나는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사진과 같은 그놈의 약광고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파워플러스 보조 배터리의 놀라운 효능들. 그림엔 없지만 블랙박스 보조 배터리 역할도 해준다니 그야말로 도랑치고 가재잡고 심장병 처방받았는데 발기부전까지 치료되는 경이로움 그 자체라고 하겠다.

 

내가 집에서 가깝기도 하거니와, 친절하고 조근조근한 기사님이 맘에 들어서 4만 킬로미터 뛰는 동안 5번 정도는 이 사업소에 왔던 것 같은데, 여지껏 무리한 용역을 제공하신 적 없던 기사님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시는 걸까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로 보조 배터리 하나가 못 하는 일이 없다.

 

-차량 출력 증강

-배터리 수명 연장

-연비 절감

-가속 페달 안정화

-폭넓은 사용 환경

-UL 인증

-친환경 소자

-안정적 케이블

-승차감 향상

-획기적인 차량 시동성

-울트라 수퍼캡 파워 시스템

 

그런데 인터넷엔 장착기는 있어도 후기는 없고. 아, 나는 오늘 당하고만 것일까?

 

약장사 차력쇼 끝나고 하는 약팔이 광고 같은 광고완 다르게 견고하고 깔끔한 자태를 지닌 파워플러스 본체. 아, 디자인이 중요한 건 아니었지.

 

어쨌거나 나는 이미 달았고, 돈까지 지불한 마당인데 제발 본전은 뽑아달라면서 악셀을 밟는 수 밖에 없다.

돌아오는 길에 1300원 정도 이 정도면 1리터 더 살 수 있다구! 아끼고자 굳이 싼 주유소를 찾아  갔다 오느라 5킬로미터 정도 운행을 해봤는데, 잔떨림이 줄어든 것 같긴 하다. 어쩌면 플래시보 효과일 가능성도 있지만.

 

하루도 안 되서 꺼져 버리는 블랙박스를 좀더 오래 켜주거나, 그런 용도로 30만원은 과하잖아? 연비 향상 정도가 내가 기대하는 효과긴 하다. 특히 차량이 무거울수록 연비 향상은 7~8% 정도 기대할 수 있다니까 정말인지 관찰해 보려고 한다.

 

걸레질이라도 좀 하고 사진을 찍을 걸. 오른쪽 배터리 위에 장착된 포인트보이의 파워플러스. 응, 너도 곧 더러워질거야.

 

앞에 나온 효과들 중에 측정 장비가 없는 내가 해볼 수 있는 리뷰는 연비에 관한 것 뿐인데, 이것도 당장엔 곤란하고 한 일년 쯤 있다가 리뷰를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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